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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발언대 Vol.6

2024년 7월 24일

금본위제도의 성립과 기업의 미래 준비

역사를 통틀어 금은 가장 중요한 화폐수단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금은 휴대가 쉬워 물건값을 지불하기 좋았으며, 반짝반짝하는 외양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까지 모든 국가의 통화는 일정량의 금에 고정돼 있었고, 모든 국가들의 통화는 금을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졌는데, 이처럼 금이 세계 화폐의 중심이 되는 체제를 금본위제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그 많은 금속 중 금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가질까?


화폐로서의 가치를 논하려면, 과연 무엇을 화폐라고 하는지 기능적 정의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첫번째로 화폐는 ‘가치 척도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마주하였을 때, 이는 금 얼마 만큼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번째로는 ‘기치 교환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했을 때, 금을 통해 그 대가에 대한 지불이 가능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로는 ‘가치 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는 금을 받은 사람이 계속 보관을 하고 있어도 그 가치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외에도 화폐는 모든 사람들이 주고 받기 편리해야 하는 ‘편의성’의 측면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기원전 700년 전부터 금을 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럼 왜 그 많은 금속 중에서 금을 돈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을까요? 런던대학교 화학과 안드레아 셀라 교수가 ‘13년 BBC와 ‘금이 화폐로서 가장 이상적인 이유’에 대해 인터뷰 했던 내용을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기율표상의 원소 중 상온에서 액체나 기체인 것을 모두 제외

2. 금속 중 물에 닿으면 용해하거나 폭발하는 것 제외

3. 우라늄, 플로토늄, 토륨 같은 방사성 물질 제외

4. 구리나 철, 납 등 녹슬거나 부식되는 금속 제외

5. 알루미늄은 너무 약해 동전으로는X 티타늄은 너무 단단해 고대에는 제련X

6. 남는 금속은 모두 8개 : 이리듐, 오스뮴, 루테늄, 백금, 팔라듐, 로듐, 은 그리고 금

7. 금과 은을 제외한 금속은 모두 극 희귀원소로 화폐의 수요를 맞추기 어렵고, 끓는 점도 너무 높아 추출도 어려워 제외

8.  은은 공기 중에 있는 극소량의 황을 만나도 변색하는 상대적인 단점이 존재

9.  그렇다면 남은 원소는 ‘금’ 뿐


셀라 교수의 인터뷰 내용은 실제 우리 선조들이 그런 이유로 금을 화폐로 사용했는지 증명할 수는 없으나, 일면 타당성은 있어 보입니다. 만약 셀라 교수의 분석이 맞다면, 과연 우리 선조들은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이론적으로 도출해 내고 금을 화폐로 사용했을까요? 아니면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금을 화폐로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그럼 비트코인은 화폐인가?

비트코인은 2009년 암호학 커뮤니티로부터 기존의 많은 아이디어를 통합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발명 및 구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 그 역사는 15년 정도 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보려면, 역시나 화폐의 기능적 정의인 ‘가치 평가’, ‘가치 교환’, ‘가치 저장’의 기능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의 경우 매우 부분적으로 이러한 기능들을 하고 있어서 아직은 완벽한 화폐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금이 화폐가 되기까지의 시간보다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화폐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신규 화폐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도입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이 화폐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고, 아니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금이 화폐로 사용된 사례를 분석한 셀라 교수처럼 비트코인도 이미 화폐로서의 기능적 정의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것 같은데, 왜 화폐로서 완벽하게 인정 받지 못할까요? 제가 학자는 아니어서 대단히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이는 일반 대중이 그렇게 받아들이느냐의 관점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앞서 금은 반짝이는 외양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신구로써도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 비트코인의 경우는 아마도 투자 수단으로써 매력은 있지만 일반 대중들이 그 외에는 특별히 좋아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투자 수단으로써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가치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투자 수단으로써 매력이 커질수록, 화폐로서의 기능적 가치는 떨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규 비즈니스는 어디까지 예측하고 시작해야 할까?

화폐의 기능적 정의 또한 누군가 가치 척도, 가치 교환, 가치 저장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예측 한 것이 아니라, 화폐라는 것이 있으면 물물교환 등에 있어서 편할 것 같은데, 그 동안 불편했던 것을 보니 이 세가지 특성은 최소한 만족하면 좋겠다고 해서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금이 화폐가 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기원전 700년 전 우리 선조들의 화학에 대한 지식 수준을 유추해 볼 때, 처음부터 지구상의 물질 중 금이 화폐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기 보다는 아마도 많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금을 화폐로 사용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원래 사용하던 물질 중에서 금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우선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분석해 보니 실제로 금이 가장 화폐로서 적합한 물질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신규 비즈니스를 시작 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예측하고 계산해보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으며,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무엇이 맞을까요? 아마도 금이 화폐로서 사용되는 시간을 앞당기려 했다면, 결국 화학자와 금융업자가 만나서 논의를 하고 시작했으면 그 도입 속도는 조금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럼 금에 비해 도입속도가 엄청 빨라진 비트코인은 결국 화폐로서 인정 받을까요?


최근에 AI등의 발달 및 수많은 정보로 인해 미래에 대한 예측이 과거보다는 많이 쉬워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사회의 변화의 속도 또한 빨라지다 보니 불확실성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미래 준비를 하느냐가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아마도 대기업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서 좀 더 빠른 신규 기술, 서비스에 대한 검증을 하면 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비트코인이 아직 화폐로 인정받지 못한 것처럼, 결국 최종에는 고객의 선택을 받는 기술과 서비스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정의, 그리고 그 풀고자 하는 문제가 고객의 어떤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지, 이때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빨리 최소의 비용으로 ESG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결국은 기업이 미래 준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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