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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발언대 Vol.1

2024년 2월 23일

Innovator, 매혹된 자들 (슈퍼스타트 팀 양승진 팀장)


# 뜻밖의 여정: LG 화학 연구원이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을 하게 된 사연


2018년 11월… 아마 제 인생에 가장 큰 변곡점이 발생한 시기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LG사이언스파크 대표조직에 신성장오픈이노베이션실을 신설하는데 함께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게 뭔지… 40대 초반에 그동안 해왔던 R&D 업무를 Staff 업무로 바꾸는게 맞는지… 근무지를 대전에서 서울로 바꾸고 주말 부부를 시작하는게 맞는지… 여러가지 압박이 매우 컸으나, LG화학에서의 배터리 및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 업무를 15년 가까이 해오던 터라 새로운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 고민 끝에 LG사이언스파크 대표조직 신성장오픈이노베이션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LG화학의 직속상사셨던 홍영준 전무(현 포스코 홀딩스 이차전지소재 연구소장 부사장)님과 고민 관련 면담을 진행하였는데, 전무님께서 “살면서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해야할 때가 많은데, 그럴때 보통 100대 0 또는 70대 30 정도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51대 49인 경우가 많은데, 이때 51을 선택하고 후회 없이 달릴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너의 선택이 51인 쪽을 선택해라” 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신성장오픈이노베이션실이라는 조직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업무, 특히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말도 낯설고, 스타트업이라는 말도 낯설은데, 어쨌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 지금은 그룹 스타트업 협력 플랫폼 SUPERSTART를 운영하는 팀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5년간 제가 스타트업 협력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 및 왜 SUPERSTART를 만들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스타트업이 뭐야?? 벤처기업 같은건가?”


사실 업무를 처음 시작할때, 스타트업이 뭔지도 정확히 몰랐습니다. “벤처랑은 뭐가 다르지?”  “동네 치킨집은 스타트업인가 아닌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스타트업과 벤처는 어원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용어이고 다만 스타트업이 영어권에서 통용되는 용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말 닷컴버블 시절에 벤처라는 용어를 쓰다가 최근에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스타트업과 벤처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둘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동네 치킨집은 스타트업인가 아닌가에 있어서는 스타트업이 뭔지는 한번 정의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라는 악마의 유혹?”


스타트업은 창업(創業)을 한다라고 하고, 치킨집은 개업(開業)을 한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나라 치킨집 가맹점 수가 3만개를 넘어가는 시점에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데서 치킨집하고 차이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세상을 바꾸라는 악마의 유혹을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고 그에 따라 J커브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성장하는 등등에 있어서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리는 치킨집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의 문제를 풀어 나간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 스며들다


대학 진학 이후 평생을 벤젠고리나 보고 살던 제가 자율주행이니, 라이다/레이다 기술이니, XR/Metaverse 기술 이니 등등 ‘타다’가 ‘카니발 동호회’ 인줄 알았던 저에게는 전문 지식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 났습니다.

‘기존 방식도 잘 모르는데, 스타트업의 새로운 방식이라니… 도대체 저게 새로운거야, 아니야?’

스타트업 관련 업무를 시작하고 약 3년간은 “빨리 좋은 아이템 하나 물어서 LG화학으로 다시 돌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1년에 1,500개 이상의 스타트업 서류를 검토하고, 100회 이상의 대면 미팅을 진행하고, 각 계열사에서 모인 팀원들과 여러 다른 관점에서 논의하고 함께 공부하고 배워 나가면서, 깊지는 않지만 넓은 지식도 생기고,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도 어느 정도 익히게 되면서, 저의 생각은 ‘스타트업과의 협력 업무를 내 남은 인생(?)의 job으로 삼아야겠구나’라고 바뀌게 되었습니다. 한편, LG라는 대기업에서 매달 월급을 따박따박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는 저 자신을 감사하면서도 반성하고 채찍질 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 우리에게 찾아온 악마의 유혹 “불편해? 그럼 니가 직접 바꿔보든가”

업무 초창기에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자주 만나고 친분이 쌓이면서 LG의 장단점에 대한 솔직한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는 “LG는 친절하다” 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친절하기만 하다”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친절한 대신 업무 협력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협력 검토가 중단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LG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조직 구조상 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삼성은 엄청 까칠하고 불친절한데 협력 여부에 대한 결론은 빨리 결론지어준다. 친절한게 좋긴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는 결론을 빨리 내 주는게 좋다.”라는 의견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또한 LG는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정확하게 어떤 계열사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알기가 어렵고, 협력 요청을 하기 위한 공식 창구가 없어 협력 제안을 하기도 어렵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생각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pain point를 해결해 줄 수 없을까?”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을 하여 이렇게 저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게 된 것이 LG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SUPERSTART입니다. 여전히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등의 애로 사항들을 많이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SUPERSTART를 통하면 LG의 모든 계열사와 연결되는게 외부 입장에서는 너무 편하다라는 말씀과, SUPERSTART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사업분야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Incubator로 선발되어 지원을 받을 때, *피봇팅(Pivoting)을 하게 되어도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계열사와의 협력 기회를 계속 제공해 주는 점이 매우 큰 장점이 있다라는 칭찬의 말씀을 들을 때면 그래도 그룹 내에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스타트업과 협력 하는 곳 한 군데 쯤은 있어도 되지않나? 싶기도 합니다.

(*피봇팅(Pivoting): 원래 농구 용어로 농구할 때 공을 잡은 선수가 상대선수를 속이기 위해 한쪽 발은 가만히 둔 채 다른 발을 움직여 방향을 전화하는 것을 말하는데, 기업에 있어서는 인적 구성이나 근본 기술은 변하지 않은 채, 사업적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


새는 알이라는 기존의 세상을 깨고서야 비로소 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도전 하는 스타트업들도, 저 개인도, 슈퍼스타트도 지금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깨고 나가보라는 지독한 유혹에 넘어간 것이겠죠. 무모한 듯 과감한 한 걸음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결국 이 새로움에 매료 된 모든 Innovator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의 문제를 풀어가는 스타트업들이 LG와 Win-Win이 될 수 있도록 SUPERSTART는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 그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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